[투데이장터TV=이진화 기자] 강원도 인제와 고성을 잇는 진부령은 오래전부터 동해로 넘어가는 관문으로 불렸다.
미시령과 한계령 사이에 자리해 있지만 분위기는 훨씬 더 소박하고 조용하다. 깊어가는 계절, 진부령 정상에 도착하면 시동을 끄는 순간부터 공기의 결이 달라진다.
해발 520m에서 맞는 바람은 차갑지만 맑고, 산맥의 부드러운 윤곽이 눈앞에 부드럽게 펼쳐진다.
■ 진부령 정상 표지판이 반기는 고갯마루
국도 46호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여기는 진부령 정상입니다. 해발 520m”라는 초록색 표지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변은 번잡함 없이 조용하다. 차량 소리도 잠깐 스치고 지나갈 뿐, 전체적으로 고요한 산마루 풍경이 흐른다.
왼편에는 석조 형태의 큰 입구가 서 있고,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진부령미술관과 작은 기념공원이 자리해 있다.
여행객이라면 차에서 내려 시원한 공기를 한 번 크게 들이마시게 되는 지점이다.
■ 향로봉지구 전투 전적비, 짧은 산책길에 담긴 역사
입구 옆의 산책로를 걸어 올라가면 향로봉지구 전투 전적비가 나온다.
1951년 5월 수도사단 ‘호랑이 부대’가 북한군의 격렬한 공세를 막아낸 전투를 기념하는 자리다.
전적비 주변은 소나무 숲이 조용히 둘러싸고 있어, 잠시 머물며 주변을 관찰하기 좋은 공간이다.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라면, 가지를 털어낸 나무들 사이로 더 멀리 골짜기 풍경이 드러난다.
이 고개가 전쟁의 한복판이었던 시절을 떠올리기 어렵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묘하게 엄숙함이 스친다.
■ 산책자에게 쉼을 주는 공간… 진부령미술관
전적비 옆에는 ‘진부령미술관’이 있다.
겉모습은 크고 투박해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지역 작가들의 다양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여행 중 잠시 들어가 조용히 둘러보기 좋다. 실제로 이날은 미술관 수리가 한창이었다.
미술관 주변은 벤치와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 잠시 쉬며 주변 산세를 바라보기에 알맞다.
바람이 솔솔 지나가고, 멀리 내려다보이는 국도와 계곡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림처럼 이어진다.
■ 데크 전망대에서 보는 진부령의 하이라이트
전망 데크는 진부령 여행의 백미다.
아래로 깊게 내려가는 계곡과 층층이 이어진 산맥의 실루엣이 압도적이다.
해발 500m 위에서 보는 강원도 산맥의 시선은 색다르다.
황금빛 낙엽이 남아 있는 나무들, 햇살 아래 부드럽게 말라가는 숲, 그리고 멀리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계절의 향을 그대로 품고 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 진부령 여행, 이렇게 즐기면 좋다
• 드라이브 + 짧은 산책
정상 주변은 이동 동선이 짧아 가볍게 걷고 보기 좋다.
드라이브 여행 중 쉬어가는 지점으로도 추천된다.
• 역사 + 자연 결합 코스
전적비 → 미술관 → 전망 데크 순으로 돌면 20~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짧지만 진부령의 핵심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 근처 여행지 연계
진부령을 넘으면 바로 속초와 설악산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인제로 내려가면 내린천·백담사·필례계곡 같은 조용한 여행지도 가까워 여정을 이어가기 편하다.
■ 돌아서 내려오는 길, 산맥이 남긴 여운
짧은 산책을 마치고 다시 도로로 내려오면, 막 지나온 숲과 능선이 거꾸로 펼쳐져 여행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진부령은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 강원도의 산맥을 이해하는 작은 창 같은 곳이다.
짧은 시간 머물렀을 뿐인데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이유는 아마도 이 고개만의 고요함이 여행자의 속도를 천천히 돌려놓기 때문일 것이다.
초겨울 햇살 아래서 바라본 진부령 정상은, ‘잠깐 멈춰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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