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간성읍 중심에 자리한 간성전통시장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천천히 늦추게 만드는 공간이다.
바닷바람을 따라 전해지는 생선 내음, 시장을 가득 메운 활기, 그리고 뚝뚝 묻어나는 사람 사는 냄새까지. 그 어떤 관광지보다 ‘진짜 강원도’를 경험하기 좋은 곳이다.
■ 시장 입구에서 느껴지는 동네의 온도
시장 초입의 아치형 간판은 소박하지만 선명하다.
‘간성전통시장’이라는 여섯 글자가 여행자에게 오래된 동네의 품을 열어주는 초대장처럼 다가온다.
입구를 지나면 양쪽으로 자리한 식당과 정육점 사이로 따뜻한 조명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오래된 골목을 걷는 듯한 여유가 펼쳐진다.
■ 천장 길게 뻗은 아케이드… 비 오는 날에도 편안한 시장
시장의 중심 통로는 파란 기둥과 투명한 아케이드로 덮여 있다.
햇빛은 부드럽게 들어오고, 비가 와도 문제없다.
곳곳에는 팔색 파라솔 아래 채소·과일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생선가게 앞에서는 아침 조업을 닮은 손놀림이 쉼 없이 이어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살아 있는 물고기와 싱싱한 조개들이다.
붉은 대야에 담긴 멸치, 도루묵, 소라, 각종 조개류는 ‘아침 바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생기가 넘친다. 시장 특유의 소리와 향이 여행자의 감각을 깨운다.
■ ‘제비국수’와 감자옹심이… 한 그릇에 담긴 강원도의 손맛
시장 안쪽 푸드존에 자리한 식당들은 여행객들의 든든한 휴식처가 된다.
그중에서도 ‘제비국수’ 집에서 맛본 들깨 감자옹심이와 감자전은 이 시장의 풍경을 완성하는 따뜻한 한 끼다.
걸쭉한 들깨 국물에 고소함이 가득 배어 있고, 큼직한 감자옹심이는 씹을수록 고소한 밀향이 살아난다.
함께 나온 감자전은 강원도 특유의 담백함을 전한다. 얇고 크게 부친 전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해,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진짜 강원도 대표 메뉴’다.
차려진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손맛이 깊다. 시장에서 직접 들어온 배추김치와 깍두기까지 더해지니 여행의 피로가 자연스레 사라지는 기분이다.
■ 상가 배치도에서 느껴지는 ‘사람 사는 시장’
시장 입구에 설치된 상가 배치도는 간성전통시장이 생각보다 크고 체계적으로 구성된 곳임을 알려준다.
수산·정육·채소·잡화·식당이 구역별로 나눠져 있어 초행객도 헤매지 않게 돕는다.
이 시장은 관광객 중심이 아니라 지역민의 일상 소비 중심이라는 특징이 뚜렷하다.
아침 장을 보기 위해 채소를 고르는 할머니, 생선을 정리하는 상인, 식당에서 점심을 준비하는 주인장… 이곳에선 관광지의 소음보다 생활의 리듬이 먼저 들린다.
■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유
간성전통시장은 볼거리를 꾸며 넣은 관광형 시장이 아니다.
대신 생활의 온기,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생업이 그대로 여행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를 바라보고 사는 지역 특유의 질감이 묻어난다.
싱싱한 생선 한 마리에 담긴 바닷바람, 들깨수제비 한 숟가락에 담긴 강원도의 정서,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안부 인사까지… 여행자는 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 여행을 마무리하며
고성 여행길에 간성전통시장을 스치듯 지나지 않기를 권한다.
이곳은 화려한 풍경 대신 진짜 사람 사는 냄새를 보여주는 시장이다.
들깨수제비 한 그릇으로 속을 데우고, 대야
가득 넘치는 싱싱한 물고기를 바라보며 잠시 시간을 보내기만 해도 강원도 고성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시장 밖으로 나오는 순간에도, 들깨 향과 바다 냄새가 가만히 뒤따라온다.